우리나라 인구가 점차 줄어들 거라는 정부 예측과 달리, 의학 발달로 노인이 급속히 불어나 오히려 인구가 늘어날 거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. 정부는 인구가 한 세대에 걸쳐 20만명쯤 줄어든다고 예측했지만(2010년 4887만명→2030년 4863만명), 실제로는 2030년까지 지금보다 200만명 이상 늘어나 5071만명이 된다는 예측이다. 늘어난 인구 대부분(173만명)은 65세 이상 노인일 것으로 추정된다.
또 의학 발달과 고령화는 한국인의 사망 패턴에도 영향을 미쳐 암·심장병·노환(폐렴)·자살로 숨지는 사람은 크게 늘고 뇌혈관질환·간질환으로 숨지는 사람은 줄 것으로 보인다.
고려대 통계학과 박유성 교수는 '성별·사망원인별·연령별로 조정한 인구예측'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1997~2005년 암·뇌혈관질환·심장병 등 12대 질병 사망률 추이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.
◆사망자 절반이 암·심장병 때문 2030년에는 연간 사망자 10명 중 3명이 암(32.18%)으로, 2명이 심장병(17.3%)으로 숨질 것으로 박 교수는 내다봤다. 폐렴(5.7%)과 자살(5.5%)로 인생을 마치는 사람도 각각 스무 명에 한 명꼴일 것으로 보인다. 요컨대 앞으로 이 네 가지 사망원인은 늘고, 다른 병은 점차 사망자가 줄어든다는 것이 박 교수 주장의 핵심이다.
2010년 현재, 단일 질병 중에서 한국인의 최대 사망원인은 암(7만107명)→심장병(2만5001명)→뇌혈관질환(2만3143명)→자살(1만2215명)→당뇨병(1만801명) 순이었다.
2030년에는 이 순서가 암(8만9739명)→심장병(4만8175명)→폐렴(1만5916명)→자살(1만5221명)→당뇨병(7448명) 순으로 바뀔 것으로 박 교수는 내다봤다.
◆암·심장병 발병 연령 높아진다 고령화가 암·심장병 환자를 증가시킨다면, 의학 발달은 암·심장병 발병 연령대를 뒤로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. 2030년이 되면 전체 암 사망자가 지금보다 2만명 가까이 늘어나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같은 보폭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다. 박 교수는 60대 이하 모든 연령대에서는 암 사망자가 지금보다 오히려 줄어들고, 70대 이상 모든 연령대에서는 암 사망자가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. 암 발병·사망의 중심 연령대가 40~60대에서 70대 이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.
◆20대·70대 여성 자살 급증할 듯 문제는 자살이다. 박 교수는 자살 사망자가 2010년 1만2215명에서 2030년 1만5221명으로 3000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. 남성 자살 사망자가 지금과 비슷한 수준(2010년 7563명→2030년 7082명)인 반면, 여성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날(4652명→8139명)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.
여성 자살은 유독 20대와 70대에 집중된 현상이기도 하다. 다른 연령대는 지금보다 자살이 줄어드는 반면 20대 여성 자살 사망자는 지금보다 세 배, 70대 이상 연령대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박 교수는 내다봤다.
민성호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(정신과)는 "20대 여성은 남성과 똑같이 경쟁사회에 내몰린다는 점에서, 70대 이상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살기 때문에 노인이 됐을 때 홀로 고립되기 쉬워 자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"고 했다.
출처: 2010. 1. 22(금) 조선일보 |